파이어 엠블렘 - 열화의 검
플레이를 하게 된 계기
GBA 에뮬 만지다 우연히 실행해봤는데 전투 애니메이션이 너무x2 인상 깊어서 그대로 엔딩까지 플레이

실은 봉인의 검을 먼저 플레이했는데 왠지 6장 쯤에서 세이브 데이터가 깨지는 바람에 홧김에 열화의 검으로 옮겨서 시작.
처음 플레이할 땐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가 SRPG의 선두주자인지, 닌텐도 퍼스트 파티인지도 모르고 시작.
왜 이렇게 잘만들었지? 하고 찾아보니 유서가 깊은 시리즈였음
시스템적 특이사항
SRPG는 영걸전 시리즈, XCOM, ‘심포니 오브 워’를 해봐서 장르의 기본 문법은 친숙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하다고 느낀 시스템이 있었는데
캐릭터의 영구적 죽음
게임 중 캐릭터의 체력이 0이 되면 글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여 영구 이탈함.
XCOM에도 유닛의 죽음이 있긴 하지만, 거긴 게임 내 설정이 징집되는 ‘병사'다보니 반동이 덜한데 여기선 오래된 소꿉친구라도 눈먼 화살 맞고 뒤지면 그걸로 끝임
스토리 비중이 높은 일부 캐릭터는 죽진 않지만 큰 부상을 입어 전투에서 제외된다는 식으로 푸는데, 사용 불가가 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음
처음 캐릭터가 죽었을 땐 그게 영구 죽음이라는 걸 인지 못하고 몇 장 더 진행했음
그러다 죽은 캐릭터가 복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사색이 되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함
내가 생각한 이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매턴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준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플레이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것과 아군이 죽어나갔을 때의 상실감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임과 동시에 게임의 진입 장벽을 하늘 끝까지 올려놓은 시스템이라고 생각
개인적으로 에뮬의 세이브/ 로드가 없었으면 엔딩까지 못가고 포기했을 것 같음
최근작에선 영구적 죽음을 방지하는 캐주얼모드나 일부 턴을 되돌리는 시스템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싶음
레벨업시 랜덤 능력치 증가
캐릭터의 능력치 성장이 고정이 아니라 숨겨진 잠재성장율에 따라 랜덤으로 결정됨.
이것도 한참 있다가 알았는데, 힘들게 레벨을 올렸더니 HP 1만 올라가고 끝나길래 버그인가 싶어서 찾아보다 알게됨
장점이라면 매 레벨업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과 회차마다 레벨업의 결과에 따라 흥망캐가 갈려 새로운 전략과 감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 같고
단점이라면 극히 일부의 대박을 제외하곤 대체로 손해본다는 감각을 느낄때가 많다는 것
물론 대박/폭망이 확률적으론 비슷하겠지만 대체적으론 상실이 더 고통스러운 법이니까
인연의 존재 - 지원회화
일부 캐릭터끼리 전투 중 인접해서 오랜 시간(턴)을 보내면 친해진다는 설정으로 특정 대화가 해금되고, 이후 스탯에 보너스를 받는 형태의 시스템
보통 캐릭터 별로 3단계의 지원회화가 존재하고, 단계별로 캐릭터가 받는 보너스 능력치도 증가함
지원회화는 캐릭터끼리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개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유저로 하여금 캐릭터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
이런 애착이 앞서 말한 영구적 죽음과 결합되면 유저 입장에선 캐릭터의 죽음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함
여러모로 영리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게임 내의 시스템과 지원회화 시스템이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음
먼저, 게임 내에 지원회화에 대한 언급이 약함.
플레이를 꽤 진행한 이후에나 지원회화의 존재를 인식하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 설명이 부족한데다 인디케이터가 없어 진행 상황을 알기가 어려움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지원회화와 관련이 있는지도 엔딩 보고 나서 찾아보다 알게됨
두번째,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턴제 게임이다보니 효율적인 턴 관리가 꽤 중요하게 생각됨
실제로 투기장 노가다 등을 통해 턴을 많이 소모했을 때 군사 평가가 깎이기도 했고, 엔딩 이후 누적 턴 소모도 표기하고 있음.
이런 식으로 게임 전체적으로는 ‘빠르지만 희생 없는' 플레이 방식을 유도하면서 지원회화의 달성 조건은 ‘특정 캐릭터의 인접 후 턴 소모’임.
앞에 말한 지원회화 정보 부족 문제가 겹치면서 지원 회화 자체를 포기하고 가기가 쉬운 구조
등등의 문제로 인해 엔딩을 봤을 때 내가 본 지원 회화라곤 2개가 땡이었음. 엘리우드 - 헥토르, 린 - 플로리나 각각 C레벨 하나씩. 우연히 된거지.
엔딩 보고나서 나중에 지원회화 찾아보고 깜짝 놀랬음. 이 캐릭터가 이런 설정이 있다고? 얘랑 얘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게임을 몇 배로 매력적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었을텐데, 게임의 전면에 드러나 있지 않은게 무척 아쉬웠음
클리어 감상
시스템 감상이라고 정리하다보니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한거 같지만, 엄청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함.
플레이 템포나 맵 크기, 미려한 애니메이션 등은 지금 나오는 게임들과 비교해도 훌륭하다고 봄
다만 전체적인 시스템이 첫 플레이의 경험보다는 반복 플레이에 포커싱 된 느낌을 받았음
아무래도 플레이 할 만한 게임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시절이니만큼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거라고 생각함
보니까 뒤에 헥터편이 이어지던데 플레이 피로도가 높다보니 더 진행할 엄두가 안나서 홀드